도서정가제와 일본의 전자책 할인에 관하여
가끔 일본 서점에서 전자책을 사는데 욕심을 안 내려고 해도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책들을 보면 눈이 돌아갈 때가 있다. 사진이 가득한 정가 2000엔이 넘는 요리책을 200엔 정도에 팔거나, 무슨무슨 도감 세 권 한 세트를 300엔 정도에 파는 것을 보면 나도 모르게 장바구니에 집어넣고 결제를 하게 된다.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게 아니라, 진짜 공짜 책도 있다(언제 한번 소개할 예정). 물론 신간은 제값을 거의 다 줘야 하고 종이책을 살 때는 물지 않아도 되는 소비세를 내야 하는 아픔이 있지만(물론 종이책을 사면 소비세가 문제가 아니라 비싼 배송비를 내야 한다. 종이책은 국내 인터넷서점의 해외서적 구매를 이용하는 게 훨씬 낫다) 다운받아서 즉시 볼 수 있다는 장점은 그야말로 마약과도 같다...-_-;;
그런데 그렇게 싼 전자책을 구경하다가 문득 이들은 책의 정가, 즉 우리로 말하자면 도서정가제를 수십 년 동안 칼같이 지켜왔는데 왜 전자책은 이렇게 거대한 할인을 많이 하나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예전에 찾아놓은 자료가 있었다. 마침 도서정가제를 폐지하자는 청원 서명이 20만명을 돌파했고, 거기에 일본의 전자책 할인에 관해 간략한 이야기가 나와 있었다. 또 이와 관련한 인터뷰 기사도 읽은 김에 일본의 전자책 할인과 재판매가격유지제도에 관한 포스팅을 하나 번역해놓는다. 요약하자면 전자책은 '실물 책'이 아니며 '정보'로 취급해야 하고, 그렇기에 재판매가격유지제도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인데 솔직히 좀 알쏭달쏭한 해석이 아닌가 싶다(개인적으로야 고마운 일이긴 하다).
(늘 그렇듯 오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원저작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이 포스팅은 비공개 혹은 삭제됩니다.)
도서정가제 폐지 관련 청와대 청원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83076#_=_
https://news.v.daum.net/v/20191108060132246
電子書籍はセールが多いけど再販制度はどうなってる? https://ebookjp.net/%e9%9b%bb%e5%ad%90%e6%9b%b8%e7%b1%8d%e3%81%a8%e5%86%8d%e8%b2%a9%e5%88%b6%e5%ba%a6/
전자책 할인과 재판매가격유지제도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전자책은 큰 폭으로 세일을 많이 한다. 무료인 책도 있고, 1엔짜리 책도 있고, 50퍼센트 할인도 한다.
하지만 저작물은 재판매가격유지제도로 정가 판매를 강제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자책 할인은 이를 어기는 것이 아닐까?
서점에서는 지금도 책을 정가로 판매하는데 전자책은 할인을 해도 되는 것일까?
전자책과 재판매가격유지제도(이하 재판제도)에 대해 조사해보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전자책에는 재판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재판행위는 기본적으로 위법이다.
재판제도는 제조업체가 소매점에 판매 가격을 정해주는 제도이다.
상품을 만든 제조업체가 ‘이 상품은 300엔에 팔라’라고 소매점에 강제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강제를 인정하게 되면 유통에서 경쟁은 사라지게 된다. 그러므로 재판행위는 독점금지법에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예외도 있는데 출판물과 담배 등에는 재판제도가 적용된다.
출판물에 재판제도가 허용되는 이유
왜 출판물에는 재판제도가 허용될까.
이에 대해서는 일본서적출판협회 홈페이지에서 알기 쉽게 설명해놓았다.
(*원문에는 링크가 있으나 여기에는 걸지 않음)
한마디로 말하자면 전국 방방곡곡의 서점에 다양한 종류의 책을 들여놓으려면 정가 판매를 강제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유통단계에서 자유롭게 경쟁하면 서점에 진열되는 책만 잘 팔리거나 먼 지역에서 받아야 하는 책의 가격은 비싸질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문화적인 의의가 있는 출판물의 역할을 다할 수 없으므로 출판물에는 재판제도가 적용되는 것이다.
디지털 데이터인 전자책은 상관없다
전자책은 디지털 데이터이므로 진열하기 위한 장소가 필요하지 않다.
잘나가는 책이든 전혀 안나가는 책이든 아무런 제한 없이 인터넷에 배포할 수 있다.
또한 전 세계 어디에서든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기만 하면 볼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전자책은 ’전국의 서점에 다양한 책을 진열하기 위해 재판제도가 필요하다’라는 논리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재판제도는 물리적인 형태를 갖춘 책을 위한 것이고 디지털 데이터인 전자책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전자책의 재판가격유지는 위법이다
2014년,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자책은 재판제도에 해당사항이 없다는 취지의 견해를 발표했다.
"저작물재판적용제외제도는 독점금지법의 규정상 ‘물건(物)’을 대상으로 삼는다. 한편 네트워크를 통해 배포되는 전자책은 ‘물건’이 아니라 정보로서 유통된다. 따라서 전자책은 저작물재판적용제외제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출판업계는 종이책과 전자책의 가격 균형이 무너지므로 전자책에도 재판제도를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재판제도는 ‘물건’을 대상으로 하며 ‘정보’는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으며, 전자책은 소매점이 자유롭게 가격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확인해주었다.
출판사가 전자책을 직접 판매하면 된다
전자책에는 정가 판매라는 속박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업계에 혼란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출판사(혹은 총판)가 전자책을 직접 인터넷에서 판매하면 되기 때문이다.
제조업체가 판매업자를 겸하면 가격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인터넷 판매의 장점이 유통의 중간단계를 없애는 것(=제조업체 직판)임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Amazon과 같은 전자책 서점은 판매업무 위탁계약을 하여 출판사가 판매주체가 된다면 가격은 출판사가 정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위키피디아에서 잘 정리해놓았다.
"전자책은 출판사가 매긴 가격으로 판매를 하기 위해 출판사가 직접 판매하거나, 판매업무 위탁계약에 따라 판매 주체를 출판사 또는 총판업자로 하면서 서점에 판매업무를 위탁하여 판매하는 등의 판매형태가 많다."
결국 재판제도가 없는 전자책도 출판사의 의향이 직접적으로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종이책: 재판제도가 있으므로 출판사가 정한 가격에 판매
전자책: 출판인이 판매인이 되므로 출판사가 정한 가격에 판매
둘 다 똑같은 얘기다.
전자책에 재판제도가 적용되지 않아도 종이책과 거의 차이가 없다.
세일을 많이 하는 이유는 가격을 쉽게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전자책은 세일을 정말 자주 한다.
종이책처럼 늘 ‘정가판매’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 이유는 가격을 쉽게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이책은 특정 책만 ‘열흘간 50퍼센트 세일’ 같은 판매가 불가능하다.
전국의 서점에 ‘앞으로 2주 동안 〇〇출판사의 책 20종을 50퍼센트 할인해서 팔아주십시오’라는 지시를 할 수 없다. 종이책의 가격을 바꾸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하지만 전자책은 가격을 언제든 변경할 수 있으므로 이벤트를 하기가 쉽다.
그러므로 팔리는 책이라고 생각하면 얼마든지 이벤트를 해서 전자책을 싸게 팔 수 있다.
물론 그 결과로서 종이책과 가격 균형이 무너지게 된다...
하지만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라면 출판사도 개의치 않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