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들/인용

그들의 본능

Gigi_지지 2019. 12. 31. 21:30

특권은 사람의 정신을 부패시키는 최악의 독이다.

그들 대귀족들은 수십 세대에 걸쳐 그것을 누려왔다.

자신을 정당화하고, 타인을 비난하는 것은 이미 그들의 본능이 된 것이다.

예전엔 나도 군대에서 귀족사병을 만나기 전까지는 알아채지 못했다.

 

_귀족연합 메르카츠 제독의 대사 

은하영웅전설 디 노이에 테제 성난 16화

 

올해의 단어니, 고사성어니 하는 것들을 뽑지만 나한테는 '그들의 본능'이라는 말이 올해 마지막날 콱 와서 박힌다. 

끊임없이 자신을 정당화하고 타인을 비난하기만 하는 무리들이 있다. 그것은 본능이며 그것도 '귀족'의 본능이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사회의 요직이나 중추에 앉아서 시민이나 민중을 앞세우는 사람들의 말을 믿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말은 그럴듯할지 몰라도 그 자리에 가기까지 그들의 행동은 그들이 '적'으로 규정하는 기득권과 유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기득권의 시스템에 '최적화'되지 않고서 어떻게 그 시스템의 일부가 되겠는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자신들만 자신의 재능과 노력이 정당한 시스템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았다고 착각하고 있을 따름이다. 

 

자기도 모르게 몸에 밴 행동은 결국 특권을 정당화하는 데 이른다. 그들은 이야기했다. 고등학생 인턴 따위는 별 것이 아니라고. 그들은 이야기했다. 제1저자는 XX 따님이라고. 나는 이것이 자기편 감싸기를 넘어 '자기 감싸기', 즉 자신들의 특권은 당연한 것이라고 목놓아 외치는 것처럼 들렸다. 그들은 곧죽어도 자기편은 감싸고 자기만이 옳고 자기들이 정의이고 대화나 타협은 안중에도 없는 채 타인을 비난하기에만 앞장선다. 이게 귀족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건강한 시민이 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는 다짐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길이 뭔지, 좇고 싶은 앞 사람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인 듯하다. 선배들이라고 생각했던 이들, 많은 앞 사람에 대한 미련을 그나마 쉽게 버릴 수 있는 게 올해 남은 마지막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