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가 미움받는 진짜 이유
'진보'가 미움받는 진짜 이유
진보의 전형적인 이미지는 '학력이 높고 세련된 (사회적/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이라는 것일 텐데, 그런 한편 '말만 잘하는 위선자'로 생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진보의 양면성이나 모순이 아니다. 그들은 머리가 좋기 때문에 어딘지 미심쩍은 것인지도 모른다.
이기적인 개인이 끈끈한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려면 '도덕'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사회(타자)의 압력보다도 공동체 구성원 자신이 자기통제를 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이렇게 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양심'이 내장되었다는 것이 진화윤리학의 표준적인 설명인데, 이 설명이 맞다면 '도덕'과 '정의'는 무조건적으로 옳은 것이 아니라 진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사회적 기능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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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이 어디까지를 용인하고, 어디까지를 용인하지 않는가를 파악하려면 고도의 '도덕 감지기'를 가져야만 한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양심'이라고 하는 것이다.
즉, 도덕적 사회에서는 섬세한 양심(고성능 도덕 감지기)과 높은 지능을 갖춘 사람이 가장 효과적으로 선수를 칠 수 있다. 양심은 사람들이 사회의 규칙에 따르게끔 내면화되었지만 이를 동료를 따돌리기 위해 사용할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진보가 "지적'이고 "양심적"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높은 지능을 가지고 '양심'을 이기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기에 사회적, 경제적으로 성공하며 그렇기 때문에 미움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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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를 내세우는 조직은 진보가 어떤 것인가를 몸소 보여줄 책임을 진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보고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함으로써 사회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_다치바나 아키라, <朝日ぎらい>에서
* 여기서 '진보'라고 말한 부분의 원어는 '리버럴'이다. '자유주의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그리고 보통 일본의 '리버럴'은 한국의 '진보'에 상당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진보'라고 옮겼다. 물론 일본의 리버럴은 일본의 리버럴일 뿐이고, 한국의 진보도 한국의 진보일 뿐이다. 이들을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보통명사인 '자유주의자Liberalist'라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말하는 바도 이와 비슷하다.
** 엊그제 "각자도생(을) 솔선수범"하셨다고 비판받는 그분 때문에 문득 생각이 났다. 그분뿐만 아니라 예전에도 조짐이 꽤 많았고 요즘 들어 공공연히, 그리고 속속들이 드러나는 바에 따르면 리버럴이 각자도생에 능한 건 진정 사이언스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