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들/인용

‘우주선이 나타났을 때 가장 먼저 달려가야 하는’ 정부 부처

Gigi_지지 2019. 4. 6. 10:22

"여러분이 있기에 행정안전부가 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우주선이 나타났을 때 가장 먼저 달려가야 하는’ 정부 부처입니다. 

어느 부처에도 속하지 않은 업무는 죄다 행안부 일이기 때문입니다. 

대개 그런 일들은 크게 눈에 띄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정부나 공공기관이 아니면 누구도 하지 않거나, 해내기 쉽지 않은 일들입니다."

 

_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임사에서 

 

* <골든아워>를 읽으면서 가장 크게 깨달았던 부분은 내가 행정과 관료체제에 대해 너무 무지했다는 사실이었다. 한국이 거대한 관료체제를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매번 청문회 때나 들썩거리는 각 부 수장들의 이름을 제외하고는 관료들이 실제로 어떤 조직에서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아는 게 없었다. 복지부동이니 일 안 하고 놀기만 한다느니 그럼에도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받아 젊은이들의 선호도 1순위 직업이라는 표피적인 말들 이외에는 아는 것도 없고 알 필요성도 별로 느끼지 못했다. 이런 무지와 동전의 양면을 이루는 게 그런 관료체제에 대한 단순한 감정적 혐오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걸 어떻게든 극복해보려고 뒤늦게 오랜 세월 동안 손에 들지도 않았던 이런저런 책들을 찾아보려 하는 중인데 역시 쉽지는 않다. 

 

김부겸 전 장관의 이임사에는 '행안부'가 어떤 일을 하는 조직인지 아주 간명하게 보여주는 부분이 있다. 나는 이 부분을 보고 글쓴이의 센스에 웃음이 나오면서도 '어느 부처에도 속하지 않은 업무'는 행안부에서 맡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맞다, 그런 일들은 크게 눈에 띄지 않으며 정부나 공공기관이 아니면 누구도 하지 않거나 해내기 쉽지 않은 일들일 것이다. 이런 사실을 이임사에서 밝힌 만큼 나는 이 장관님이 그 사실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그런 일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에 대해 많이 고민하셨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 외에도 자신이 수장으로 근무했던 부처에 대한 애착, 같이 일했던 이들에 대한 애정 등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행안부가 어떤 일을 하는 부처인지 대략적인 감을 잡고 싶으면 이 글 전문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