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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1
국내도서
저자 : 이케이도 준 / 이선희역
출판 : 인플루엔셜 2019.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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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2
국내도서
저자 : 이케이도 준 / 이선희역
출판 : 인플루엔셜 2019.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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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퍼센트가 넘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가 드디어(!) 내년에 새 시리즈로 찾아온다고 한다. 드라마 이후의 이야기는 현재 두 권의 소설 <로스트제너레이션의 역습>과 <은빛 날개의 이카루스>가 출간되어 있으며, 국내에서는 이제야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가 발간되기 시작했다. 

이케이도 준의 소설은 <하늘을 나는 타이어>와 <은행원 니시키 씨의 행방>이 오래전에 출간되었으나 판매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한자와 나오키>가 대박을 터뜨리자 다시금 그의 소설들을 잡아오려는 움직임이 불같이 일어났으나 작가가 탐탁지 않아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안타깝기는 하지만 이제라도 출간되기 시작했으니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 말고도 많은 책들이 좀 나와줬으면 좋겠다(대부분의 소설이 드라마화되었고 알음알음 거의 다 구해볼 수 있다...).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어떻게 엔딩이 저모양이 되냐고 투덜거리던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계속되는 시리즈를 염두에 둔 이상 엔딩을 달리 처리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드라마가 방영되며 시청률이 어마어마하게 오르기 시작하자 일찌감치 TBS에서는 '한자와가 행장이 될 때까지 전부 우리에게 맡겨달라'는 오퍼를 냈다고 한다). <로스트제너레이션의 역습>은 그렇게 좌천(출향) 당한 한자와 나오키가 젊은 사장이 운영하는 IT기업과 얽히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스포가 될 것 같아 자세히 말할 생각은 없고, 또한 일드를 많이 본 사람이라면 쉽게 짐작하겠지만 한자와 나오키는 자신이 담당한 기업의 위기를 그냥 보아넘기지 않으며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고 자신의 지략을 잘 이용해 그 상황을 이겨나간다. 

내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드라마가 정말 원작을 잘 살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설을 읽으면 드라마에서 본 한자와와 그의 친구들, 동료들이 마치 눈앞에서 대사를 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현장감이 뛰어나다. 그리고 이 인물(예를 들자면 젊은 IT 기업 사장이나 그와 반대 위치에 서 있는 부패한 인물)은 누가 맡으려나 싶은 기대감이 올라간다. 특히 <로스트제너레이션의 역습>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한자와 나오키가 환하게 웃으며 어딘가로 달려가는데 그 장면을 연기할 사카이 마사토의 모습이 거의 보이는 듯했다. 과장이 아니다. 앞으로 출간될 이 소설을 드라마 방영 이전에 읽을 사람은 누구나 쉽게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소설과 드라마의 싱크로율이 정말 훌륭하다. 

<은빛 날개의 이카루스>에서는 방만한 경영으로 나자빠진 항공사를 회생시키는 데 한자와 나오키가 투입된다. 기업의 덩치가 워낙 큰 데다 정치권의 이권도 얽힌 만큼 여태까지의 시리즈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고 생각된다. 정치인, 관료 들의 부패와 오만함에 치를 떠는 건 거기나 여기나 마찬가지인 만큼 이들의 콧대를 납작하게 눌러줄(그리고 그만큼 고생도 많이 함ㅜㅜ) 한자와 나오키의 활약을 기대해도 좋다.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는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린 헤이세이 시대 30년간의 사회적-경제적 실패와 겹치고 있다. 버블이 꺼지면서 가장 먼저 비난을 받고 된서리를 맞았던 금융계는 어마어마한 통폐합을 거친다. 이 결과에 대해 일종의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정치계, 관료계 등에서 개혁의 움직임이 일어났지만 딱히 성공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실패에 가까웠다). 소설과 드라마에서 알 수 있듯이 언제나 그 실패의 직격탄을 맞는 이들은 '동네'에 사는 서민들이다. 이케이도 준은 자신이 속해 있었던 금융계의 빛과 그림자를 잘 조명하면서 '동네 사람들'과 '동네 공장'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 애정이 감상적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본다. 당한 만큼 갚아주겠다, 배로 갚는다는 말은 '위'의 실패를 덮어쓰고만 있지는 않겠다, 내 이웃들도 덮어쓰지 않아야 한다는 다짐을 독자들에게 강력하게 새기게 한다. 언뜻 개인적인 보복을 연상시키지만 이는 정책이든 결정이든 실패를 했을 때는 그 결정권자가 그만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정의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이케이도 준은 많은 책에서 그러한 정의를 계속 이야기해왔다. 그 정의를 통쾌하게 실현하는 한자와 나오키가 행장이 될 때까지의 모습을 계속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