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 캠벨 역시 할 블레인과 마찬가지로 LA의 세션 연주자로 명성을 얻은 사람이었다. 그들은 한마디로 당시 '록의 달인'들이었고 수많은 밴드의 곡들을 레코딩했지만 곧 '연주하는 그룹'의 시대가 오면서 그들의 시대도 끝나기 시작한다. 이 세션 연주자들의 영광의 시대를 돌이켜보는 다큐인 The Wrecking Crew를 보면 그 끝을 상징하는 곡 중 하나가 바로 이 노래다. 세션 연주자가 직접 노래와 연주를 하며 레코드 뒤에 숨어 있지 않고 전면으로 나선 것이다. 그리고 이 노래는 차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둔다.
Wrecking Crew, 할 블레인을 필두로 당시 LA 스튜디오 뮤지션들이 참여했던 곡들 가운데 좋은 곡이 정말 많지만 굳이 이 노래를 고른 건 역시 당시 록 베이스 전문가로서 수많은 히트곡에 참여한 캐럴 케이가 어느 날 드럭스토어에서 흘러나오는 걸 듣고 눈물을 흘렸다고 했기 때문이다. 아마 자신이 연주에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연주가 자신을 뛰어넘은 '어떤 것'이 된 순간을 맞이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와는 조금 다르게 나는 유튜브 시대에 접어들면서 무심히 들어온 많은 곡에 이런 이들이 참여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날이 감동했던 적이 있다. 나는 그저 듣기만 할 수 있을 뿐이지만 이렇게 연주해서 진짜로 음악을 만든 사람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는 감격이 있었다. 그건 작사, 작곡가를 아는 것과는 조금 차원이 다른, 오래도록 끊어져 있던 고리가 드디어 이어진 듯한 감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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