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랩소디>의 뒤를 이을지도 모른다는 <로켓맨> 이야기를 듣고서 문득 생각난 곡이다.
엘턴 존은 딱히 많은 곡들을 찾아들어본 적은 없으나 이 곡은 좀 각별하게 들었던 기억이 있다.
시드니 루멧 감독은 이미 만 서른셋에 베를린영화제에서 <12인의 성난 사람들>로 황금곰상을 수상하며 역량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1957년의 서른셋은 지금의 서른셋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한마디로 이미 '어른'이 되고도 남았어야 하는 나이로 가치관도, 문화적인 취향도 다 완성되어 중년을 향해가는 시기라고 보아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러니 그는 성장기와 청년기에 지금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팝'을 듣고 자라지 못한 세대이다(대신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 재즈와 클래식일 것이고).
국내에 정식 개봉은 하지 못했지만 비디오로 출시되며 많은 이들이 좋아했던 <허공에의 질주>에는 당시 54세로 중년기를 넘어가기 시작한 시드니 루멧이 선택한 정말 멋진 곡이 나온다. 나는 뒤늦게 이 영화를 보고서 제임스 테일러의 <Fire and Rain>이 나오는 두 대목에서 정말 감동했다. 정말 좋은 곡이지만 20여 년 전에 발표되어 세월의 흐름 속에 잊힌 곡을 불러내는 그의 감각에는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그는 이런 곡들을 듣고 자란 것도 아니니까. 많은 이들이 성장기나 청년기에 들었던 음악들을 평생 벗어나지 못할 만큼 애착을 갖는다는 걸 생각했을 때 시드니 루멧의 감각은 정말 놀라운 데가 있었다.
엘턴 존의 <아모리나> 또한 시드니 루멧 덕에 각별하게 기억하는 곡이다. 영화 <뜨거운 오후>는 이 노래와 함께 시작된다. 이 곡도 역시 명반 텀블위드 커넥션에 수록되어 있기는 하나 딱히 만인이 알 만큼 히트한 곡은 아니다. 하지만 덥고 나른한 오후, 모두가 몽상에 빠질 만한 시간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올 만한 노래로는 제격이다. 그 순간 나는 이 감독님을 정말로 존경하게 됐다. 물론 그의 책 <영화를 만든다는 것>에는 '음악'에 대한 부분이 있지만 자신이 '팝'을 어떻게 들었고 이를 영화에 활용하는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이 두 곡만으로도 그의 감각이 얼마나 뛰어난가를 충분히 느꼈다. 나는 <허공에의 질주>를 <Fire and Rain>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고, <뜨거운 오후>는 <Amoreena>를 빼고 생각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순간 내게 엘턴 존은 다른 많은 그의 명곡들을 제치고 바로 이 노래로 기억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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