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나 내 경험에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요즘의 유튜브 알고리즘은 '본 거 또 보세요' 내지는 '아, 이 사람의 영상을 두 개나 보셨군요? 그럼 이 사람의 다른 영상은 어때요?' '당신을 위해 그간 재생하신 영상을 목록으로 만들어보았습니다'라며 한 창작자의 영상을 반복 재생하기를 권하는 것 같다. 이는 확실히 창작자들에게는 좋은 알고리즘이다. 창작자들을 위한 (반강제) 선택과 집중형 알고리즘이랄까. 하지만 나는 때로 내 취향의 어떤 곡들을 듣고 있으면 '아, 그쪽 취향이시군요. 이러이러한 채널도 있고 그 시절에 이러저러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한번 들어보실래요?'라고 하던 오래전의 유튜브가 그립기도 하다. 아마 그 시절의 알고리즘이 없었으면 못 건졌을 곡들이 꽤 있는데 이 곡도 그렇다.
1960년대 선샤인 팝에서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폴 윌리엄스와 로저 니콜스의 곡들은 수도 없이 리메이크되었다. 그중에는 이 '태양을 가라앉히는 남자들'처럼 딱 한 장의 앨범만 냈거나 혹은 인기차트 저쪼아래에 있다가 사라진 이들도 부지기수였다. 만약 알고리즘이 내 취향을 알아맞히지 않았다면 나는 이 곡을 영영 발견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 곡은 유튜브에서 여러 버전을 찾아서 들을 수 있는데 하필이면(?) 내 취향을 잘 알고 있던 당시의 유튜브가 이 곡이라면 당신이 좋아할 것, 이라고 콕 집어주었던 것이다...
덕분에 나는 이 곡의 가장 훌륭한 리메이크를 좋아하게 되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다른 이들의 곡들도 찾아 들어보았지만 역시 이 곡이 가장 나은 것 같다.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고 왠지 마음이 밝아진다. 그당시 유튜브의 추천은 정말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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