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 속에 꽃들이 한 송이도 없네
오늘이 그 날일까 그 날이 언제 일까
해가 지는 날 별이 지는 날
지고 다시 오르지 않는 날이
싸움터에 죄인이 한 사람도 없네
오늘이 그 날일까 그 날이 언제일까
해가 지는 날 별이 지는 날
지고 다시 오르지 않는 날이
마음 속에 그 님이 돌아오질 않네
오늘이 그 날일까 그 날이 언제 일까
해가 지는 날 별이 지는 날
지고 다시 오르지 않는 날이
* 거실로 나갔다가 잠깐 5.18 관련 다큐가 방송되는 걸 보는데 이 곡이 나오고 있었다. 맞다, '오늘이 그날'이구나 싶은 새삼스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식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아주 어렸을 때, 5.18 청문회를 보았고, 그때 증언하러 나온 시민들이 다 저런 얘기를 했었다고. 어린 마음이었지만 왠지 그게 거짓 같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는 몰랐다, 정말 까맣게 몰랐다고. 정말 빨갱이의 짓이고 폭도라고만 생각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은퇴하고 시간이 남게 되어 티비를 자주 보게 된 몇 년 전에야 광주 시민들이 어떻게 희생되었는지 알게 되었다며 그들에게 죄스러워했다. 전두환이 조찬기도회를 열고, 목사들이 이 살인마가 위대한 대통령이 되게 해달라고 축복하며 서울 국제가요제와 미스 유니버스의 카퍼레이드가 방영되는 세계. 정말 안타까운 이야기이지만 그는 그런 세계에 살았고 오랫동안 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비록 느낌은 다르겠지만 많이 다른 세계에서 살아온 그와 내가 김민기를 함께 들으며 눈시울이 동시에 시큰해진다.
김민기 선생은 '신곡'을 더 이상 내지 않아서, 옛날 말을 쓰자면 '레코드 취입'을 더 이상 하지 않아서 내가 가장 아쉬워하는 가수다. 비록 이 음반을 내고 20여 년이 지나서 네 장의 음반을 다시 내기는 했으나 '그 뒤'가 없다는 게 너무 아쉽다. 이렇게 고귀한 목소리를 그냥 놔두고 계신다니. 하지만 그 네 장의 음반이 나온지도 벌써 30여 년이 지났고, 그래서 이미 때늦은 일이며, 그저 나만의 아쉬움일 것이다. 과문하지만 내게 선생의 노래는 가끔 들을 때마다 '폐부를 찌른다'는 말이 뭔지 알게 해주는 몇 안 되는 노래이기도 하다. 그것은 슬픔이기도 하고 그리움이기도 하고 위로이기도 하다. '노래를 잘한다'는 게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이지만 오늘처럼 시와 때와 사람의 감정이 결합하기 쉬운 날, 음악을 들으며 뒤흔들리고 싶은 이들에게 선생의 노래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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