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들려주었던 사람들이 워낙 대단했던 데다가(그중 업계인이 둘에다 나머지 한 분도 그에 못지않았던...) 그들 덕에 이것저것 조금씩 맛만 본 것에 불과하지만 어떤 장르를 듣는지 한번 정리해보았다.
1963?-1979
포크
(트래디셔널 포크-결국 레코딩을 들을 수밖에 없는 거니까 모던 포크 쪽에 많이 치우치겠지만)
(모던 포크)
(포크록)
[미국 남부 사운드 - 컨트리+포크+소울/어쿠스틱 기타가 주가 되는]
비틀스와 동시대의 밴드
(비틀스보다 약간 이전의 모노 음반들)
(개러지/비트)
(사이키델릭)
(선샤인팝) -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이제는 심각한 사운드는 때를 골라서 듣지만 이건 언제 들어도 좋음...
(일본의 그룹사운드)
하드록
(아주 약간의 프로그/아트록) - 이쪽은 사실 거의 모름... 아트록에서 포크로 넘어가는 수순을 밟는 덕후들이 국내에 꽤 있었던 반면 나는 포크, 그것도 기타 하나만 달랑 들고 노래하는 모던포크 SSW부터 입문한 eccentric한 케이스.
일본 가요 - '가요'는 일본에서 팝의 총칭이 아니라 거대한 주류 장르mainstream였다. 이제는 아무도 가요라고 하지 않고 제이팝이라 하겠지만...
(포크/포크록/뉴뮤직/아주 약간의 하드록)
(가끔씩 엔카)
팝
전반적으로 '팝'이라 했을 때 떠오르는 사운드(ex. 전형적인 그 시절 빌보드)
(웨스트코스트로 대표되는 AOR 성인 취향 팝)
(디스코)
솔 - 시작도 못하고 거의 못 들음
그 외 잘 모르지만 특별히 아끼는 음악-러시아 로망스, 코른골트를 전후한 할리우드 영화음악.
약간의 재즈
한국음악;;; - 아는 게 많지 않음...
.
.
.
그날 그날의 기분에 따라 내키는 대로 골라서 들음. 아직도 수련중...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이젠 무덤까지 끌고 들어갈 음악들을 올리면서 정리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뭘 하든 정리가 중요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체계화되지 않고 파편이 되어 사라진다. 그런 정리를 너무 오래 쉰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1.
듣기 싫어도 팝을 듣고 자랄 수밖에 없었던 세대.
가끔 덕후가 아닌 이들, 특히 열 살 위쯤 되는 분들에게는 도대체 그런 음악을 어떻게 아느냐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폴 영의 everytime you go away를 안다고 신기해한 분도 계셨음).
밥 딜런의 등장 이후 불과 15~6년 사이에 쏟아져나온 음악은 정말 엄청났는데 국내에 제대로 소개된 건 빌보드 차트의 몇몇 곡에 불과하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이른바 '저변'을 접하고 흡수하지 못했음. 그러나 그중에도 자기 시간과 돈을 쏟아부으며 끝까지 가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젊은날 우연히 그런 이들과 만나 정말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그 시간들에 갇혀버림... 지금은 예전만한 열정도 없고 시간과 돈도 많이 투자하지는 못하지만 당시 나왔던 어떤 곡을 새로 들으면 어느 시대, 어디쯤 속한다는 걸 대강 짐작할 정도는 된다... 그것도 골격뿐이긴 하지만.
"그러다 과거가 바닥나면 어떡하려고?" <레트로 마니아>의 저자 사이먼 레이놀즈는 팝 업계의 끊임없는 '과거 재포장' 세일즈를 비판한다. 물론 수없이 팔렸던 걸 리마스터링이니 스페셜 에디션이니 재결성이니 재재결성이니 해서 팔고 또 파는 관행은 팬들도 지치게 만들고 업계를 좀먹는다(이제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형태를 갖춘 음반 시장은 좀먹을 뭔가도 남지 않았지만). 하지만 적어도 음악 쪽에서 초 단위로 세상이 바뀌는 것처럼 보이던 시절(내가 아니라 브라이언 윌슨의 말이다)은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또한 <레트로 마니아>는 서구 대중음악이 태동하자마자 복고의 경향을 보였다는 사실도 순순히 인정한다. 그러니 그야말로 털끝만 한 차이 때문에 세월의 틈바구니 사이로 미끄러져버려 빛을 보지 못한 음악들은 말할 것도 없고, 메인스트림이라 해도 듣는 것만 계속 들려주던 척박한 환경에서 살았던 사람에게 과거가 바닥날 일이 있긴 할까. 당시 음악을 가르쳐준 대선배들은 눈곱만치도 그럴 일이 없다고 믿는 이들이었고 나도 그랬다. 지금도 그렇다. 그러니 결국 나는 저 시절의 음악을 듣는 데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나마도 예전에 들었던 음악을 계속 듣는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2.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주로 이쪽을 듣기는 하지만 뭐든 귀에 걸리는 노래가 있으면 잘 듣는다. 어떤 음악을 어떻게 좋아하게 되었는지 일일이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예전에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서 자주 나와서, 집에 음악을 좋아하는 식구가 있어서, 라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대중음악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일단 자주 들으면 좋아진다. 날 때부터 아리랑을 부르면서 태어나는 사람은 없는 법이다.
2010년, 우연히 <무한도전> 200회 특집을 한 번 본 뒤 마치 팝콘 먹듯이 재방송을 보고 또 봤다(무한도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자랑은 아니지만 개그콘서트도 처음부터 끝까지 본 적이 없다...). 그게 많은 위로가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평소라면 들을 일이 없었던 '퐈이야'가 좋아지면서 나도 모르게 너만의 퐈이야, 너만 보는 나야, 라고 흥얼거리고 있었다...;;; 어느 날 우연히 버스 안에서 '아주그냥 죽여줘요'를 외치던 그 노래를 듣고 난 뒤에는 너무나 좋은 나머지 '현빈보다 박현빈'이라고 하기도 하고... 그러니 어떤 음악을 언제 어떻게 좋아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다.
특별히 더 좋아하는 장르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들으면 좋아지는' 음악의 마법을 모른체하지는 않는다. 부심 같은 것도 없다. 좋아하게 되었으니까 그저 좇을 뿐이다.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에 차등을 둘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비논리적이다. 있을 수 없는 얘기다. 사실, 음악도 그렇다. 차등을 둘 수 없다. 단, 별로야, 싫어, 라고 한마디로 무질러버리기는 싫지만 반대로 '좋아'라고밖에 이야기할 수 없다는 한계를 느끼기는 한다.
3.
가사.
영어도 전혀 안 들리고 일어도 안 들릴 때는 가사보다 직접 감각에 다가오는 멜로디 등을 더 중시했지만 요즘은 가사를 많이 보려고 노력한다. 어떤 가사가 적확한 선율에 실려 귀에 도달할 때 활자로만 이루어진 시와는 또 다른 서정성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아름답게 들리던 가사가 일단 선율을 빼고 나면 얼마나 밋밋하게 느껴지는지 잘 알고 있으면서도 좋아하는 가사들은 가져와서 들여다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영어는 안그래도 못하는 데다가 점점 싫어지고 도망가고만 싶어져서 한국어로 많이 옮기지는 못하겠지만 가사만이라도 들여다보려고 애쓰고 있다. 그게 온전히 음악을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믿기 때문이다. 일어는... 조금 할 수 있기는 하지만 이것도 매번 한계를 느낀다. 그래도 많이 해보려고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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