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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본 보헤미안 랩소디

category 올드카세트 2019. 3. 1. 21:48


<보헤미안 랩소디>를 뒤늦게 보다. 
20세기폭스사의 테마가 기타 연주로 흐르는 순간 퀸은 결코 내 베스트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보헤미안 랩소디가 금지곡이던 그 시절부터 거의 평생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 걸핏하면 나오는 퀸의 음악을 들었다! 나오는 노래 또 나오고 또또 나오고...) 그 연주가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나온 순간, 이 영화를 좋아하게 될 거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 영화는 록음악에 관한 영화이며 결코 우울한 영화가 아닙니다, 라는 신호탄 같은 거였달까. 

과연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많이 갖추고 있었다. 전형적인 밴드의 결성부터 성장, 불화, 머리에 토끼가 든 듯한 카리스마 리드싱어의 정체성에 관한 고뇌... 방탕... 그리고 귀에 익은 음악, 결코 우울하지 않은 유머가 넘치는 분위기, and 고양이(!)... 이 영화가 조금만 더 다크했어도 퀸의 음악이고 뭐고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보러 가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에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고 극장에도 안 갔지만 결국엔 상당히 기분좋게 봤다.

아카데미에서 음향관련 상을 휩쓴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라이브 에이드 장면만 봐도 그렇다. 입이 안 다물어졌는데 당연히 라미 말렉이 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고 퀸의 스튜디오 버전+당시 라이브 버전+라이브를 재현하기 위한 현장음이 쉴새없이 교차한다. 영화 전체가 이렇다. 엄청나게 까다로운 작업이었을 텐데 마치 프레디 머큐리가 살아 돌아온 듯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으니 음향담당자들에게 정말 경의를 표한다... 

라미 말렉.
음향을 그렇게 재현했다 치자. 최고의 엔지니어들이 달라붙어서 어떻게든 그건 편집해낼 수 있다. 문제는 거기에 찰떡같이 맞아들어가야 할 배우이다. 이건 배우의 연기에 뭔가를 맞추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고도의 음향편집 기술에 배우가 혼신의 힘을 다해 맞춰가야 하는 거라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라미 말렉이 그걸 해냅니다...라는 기분? 크레딧을 보니 보컬 코치만 다섯 명에다 퀸 멤버가 두 명이나 제작자로 참여한 만큼 미주알고주알 시시콜콜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까다로운 자문을 받았을 텐데 그걸 다 소화해낸 라미 말렉 당신은... 상을 받을 만합니다. 두 번 받을 만합니다(실제로 여태까지 두 번 이상 받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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