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병원이 국가의료체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건지... 국립중앙의료원 내부 체계는 어떻게 되어 있고 사람들이 정말 큰 재난이 생겼거나 응급환자가 생겼을 때 연락을 할 수 있는 건지, 그때는 어떤 역할을 해주는 건지, 윤한덕 선생님이 계셨던 중앙의료응급센터와는 정확히 어떤 관계인지 처음에 그걸 설명해주고 시작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그게 없다...
그게 얼마나 자랑스러운 의료기관이었는지는 왜 설명함? 지금 상황은 어떤데요? 버스로 20분 정도 거리에 살았던 나도 그런 데가 있는지조차 몰랐습니다... 사람들은 뭔가 큰 병에 걸렸을 때 ㅅㅂㄹㅅ, ㅅㅇㄷ병원, ㅅㅅ의료원 등을 먼저 떠올리지 자랑스러운 국립중앙의료원의 과거는 떠올리지 않아요... 이건 현재 한국에서는 대학병원으로 대표되는 사립병원들이 '좋은 병원'으로 인식되어 있어서 '국공립병원'의 역할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잘 모르고 어떤 인식을 하는지도 쉽게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기인하는지도 모르겠는데, 일단은 이 병원이 지금 어떤 체계에다 어떤 역할을 하는지 먼저 설명해줘야 하는 게 아닌지... 정말 갑갑하다... 알아서 홈페이지 찾아보고 그런 정보를 알아야 하나요? 그 병원 갈 사람과 안 갈 사람이 정해져 있어서요? 이거야말로 전파낭비 아닌지.
응급환자 수용과 전원을 관리하는 상황실에서 전부 환자 '미수용'(*다른 병원으로 옮겨갈 수 없는 상황, 안 받겠다고 하는 상황을 말한다) 떴다고 웃으시는 응급구조사 분은... 어이가 없으셔서, 정말 큰일났다는 심정이었다는 건 알겠는데 환자한테는 정말 목숨이 달린 상황일 수도 있는데 어이없는 웃음이 과연 그때 나오는 게 맞는 걸까? 내 가족, 내 지인, 심지어 나를 받아주는 병원이 없다는 사실 앞에서 사람들은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아마 전부 '미수용' 뜨는 상황은 흔하지 않은 일이 아니라 만날 보는 상황일 거다. 전원 가능한 병원을 찾아보고 알려주는 이런 시스템이 있기까지 얼마나 어려웠을지, 그리고 시스템이 있다는 게 감사한 일이기는 하나 현재로서는 그저 '안 된다, 못 받는다'라는 것만 확인하는 순간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윤한덕 선생님의 고민과 절망과 노력도 늘어갔을 것이고...
용어 사용. 중앙의료원 안에 있는 건 '외상중환자실'인데 '외상센터'라고 처음에 이야기하더라. 한국에서 외상센터란 권역외상센터를 보통 의미할 텐데... 사소한 것일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중앙의료원에도 '외상센터'가 있나보다라고 착각하지 않을까? 중앙의료원 외상중환자실이 권역외상센터와 동급이라면 병원 측에서든 방송에서든 그렇다는 설명을 하는 게 맞을 것이고. 공중파 방송의 어휘 사용은 아무리 체크를 많이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제는 뭐 유니콘처럼 되어버린 방송에서의 '골든아워' 사용... 맨 처음 골든타임이라고 드라마 내보낸 그 방송사... 이게 뭔 민폐냐 도대체. 그 드라마 모델이 됐다는 선생님이 방송에 나오실 때마다 '그거 아니'라고 일일이 설명해야 하고... 정말 어이없었던 건 그 방송사에서도 경기남부 외상센터 '스페셜'을 내보냈던 적이 있다. 근데 그 스페셜 제목에 '골든타임'을 넣어놓고 또 프로그램 안에서는 '골든아워'를 따로 설명한다. 이게 뭐처럼 보이냐면... 아 원래는 골든아워가 맞아. 근데 우리는 골든타임이라고 했거든. 지금 정정하기에는 너무 늦었고 그러니까 방송 제목에도 우리 식대로 골든타임이라고 그냥 쓸게, 이런 식의 방송사 X배짱으로밖에 안 보인다...
그래서 훈장 수여한 가카께서도 '골든타임'이라고 하는 참사가 벌어지는 거다. 그리고 솔직히 이야기해보세요. 가카도 골든타임인지 골든아워인지 별 관심 없으시죠?
저분들의 최선을 다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는 저 '병원'이 왜 저렇게 무력하게 보이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가난하고 기댈 곳 없는 사람들이 드나드는 병원. 그런 이들이 세상을 떠나고 그걸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도 무력해하는 의사들. 윤한덕 선생님은 어떤 심정이셨을까. 생각만 해도 누가 머릿속을 면도칼로 헤집는 느낌이다...
저렇게 희생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희생하지 않겠다, 라고 할 때, 희생하고 싶어도 더 이상 희생할 것이 없을 때가 진짜 재난이다. 그리고 그게 눈앞에 있다는 기분이 든다. 그래도 누가 눈이나 한번 깜박할까? 고장나면 알아서 고치고 그것도 안 될 때는 '폐기'되는 게 이 땅에서 살아가는 돈없고 힘없는 사람들의 운명이다. 이 나라에서는 가장 먼저 그런 사람들을 착취하고 공권력으로 찍어눌렀다(무슨 교육대니 고아, 부랑아 수용시설 등등). 사람밖에 자원이 없다고 오랫동안 이야기해왔지만 그것 역시 사지가 멀쩡하고 돌멩이라도 들 수 있는 사람에 해당된다. 병에 걸리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불량'인 것이다. 그들은 써먹을 수 있는 '사람 자원'에 해당되지 않는다. 나는 이게 이 나라가 '사람'을 보아온 기본적인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각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오래도록 예방 가능한데도 중증외상으로 죽는 이들의 비율이 개선되지 않을 리가 없다.
"그간 응급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으로 외상환자 예방 가능한 사망률이 1998년에 50.4%, 2004년 39.6%, 2010년 35.2%로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응급의료의 질적 수준이 점차 향상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 됩니다." http://www.e-gen.or.kr/nemc/introduction.do
중앙응급의료센터 홈페이지의 '감소 추세'는 2010년에 멈춰 있다.
그러나 2017년도 연구발표자료(연구책임자 김윤)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에서 외상센터 설치와 관련하여 2016년까지 예방가능사망률을 20퍼센트대로 떨어뜨리겠다고 하였으나)
30.5퍼센트나 되었고...(여전히 세사람 중 한사람 꼴로 안 죽을 수도 있는 사람이 죽는다는 이야기)
지금도 별반 다를 바 없으리라 봅니다...
결국 이 프로그램도 전체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애써도 안 되는 현실'을 그저 한 번 더 확인시켜주고 지나가는 것에 불과하다는 거.
그나마 그렇게 확인을 거듭하는 게 나은 걸까요...?
윤한덕 선생님이 과로로 돌아가신 사실은 다들 알지만 '과로'할 만큼의 일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왜 과로하셔야 했는지 핀포인트를 맞췄더라면 좋았을 텐데. 다들 아는 사실 확인시켜주지 말고 또 다른 측면을 확인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네, 그런 건 다 알아서 찾아봐야 하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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