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죄송하지만 마크가 할 말이 있대요
_영화 내내 뭔가 찜찜했는데 드디어 알아냈어요
다 진보 시각이잖아요
진보의 편견이에요
_재밌군요
저렇게 느끼신 분?
하나, 둘, 셋, 넷
네, 말씀하세요
_근데 다 팩트잖아요
다 변호사에게 검토했을 거고
진보가 무슨 상관이에요?
_진보 찐따 같은 소리하네
_참나... 미안한데
팩트란 걸 이해하면
너는 진보다?
_다들 진정하세요
_힐러리나 좋아하겠지
_두 분 다 진정하세요
_진짜 열받게 하네
힐러리가 대통령이야?
댁이 뽑은 오렌지 대가리가
나라 말아먹고 있지
_트럼프는 미국의 보물이야!
이 쌍놈의 새끼!
(* 그리고 주먹다짐이 시작된다...)
_존, 들어와봐요
여러분, 그만해요
_"분노의 질주" 다음 편
완전 기대 중이에요
_영화 <바이스>에서 (번역: 황석희)
* 영화 <바이스>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 그리고 의미심장했던 부분이 이 쿠키영상이다. 권력자가 결국 자기 이득을 위해 법과 정치 권력을 이용하는 건 그다지 낯선 광경이 아니다(오히려 너무나 익숙해서 문제다). '일인자가 죽기만을 기다리는 자리'에 앉아 있었던 사람. 미국의 역대 대통령 이름은 기억해도 부통령 이름은 거의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딕 체니도 그만큼 존재감 없는 사람인 줄 알았다가 이렇게 굉장한 정치 공작을 펼친 능력이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을 뿐 영화의 주제 자체는 진부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쿠키 영상은 진부하지 않다. 감독은 정말 잘 알고 있다. 이 영화가 아무리 잘 만들어졌고 찬사를 받는다고 해도 '이거 다 진보 측에서 내세우는 편견이 아니냐'라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리고 반대편에는 그들에게 '나라 말아먹는 건 니가 뽑은 사람이다'라고 외치는 이들이 있다. 온라인에서건 오프라인에서건 이들의 충돌은 'XXX'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무지막지한 욕(과 때로는 주먹다짐)의 연속이며 타협이나 중재나 논의를 거친 원만한 합의 따위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척하는 사람은 양쪽의 치열한 논쟁(?)과는 상관없는, 자기 관심사만 이야기할 뿐이다. 그리고 암전.
이런 세상이라는 걸 잘 알고 있는 감독이 다음에는 과연 어떤 작품을 내놓을지 궁금해진다. 어차피 양쪽의 충돌은 막을 수 없다. 그래도 계속 '진보의 편견'을 어떤 식으로든 이야기하긴 할 것이고 그 이야기가 <바이스>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재미있기를 바란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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