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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하는 건 쉬워."

category 말들/인용 2019. 6. 16. 08:19

"우리 시대에도 있었어."
모리야마가 고개를 들었다.
"있었다니, 뭐가 말씀입니까?"
"세대론 말이야."
한자와는 대답했다. "우리는 신인류라고 불렸지. 그렇게 불렀던 사람들은 예를 들면 단카이 세대라고 불렸던 이들이었어. 세대론으로 말하자면 그 단카이 세대가 버블을 만들고 붕괴시킨 장본인인지도 모르겠네. 좋은 학교를 나와 좋은 회사에 들어가면 무사평안이라 했던 건 이른바 단카이 세대까지의 가치관, 척도이고 그들 스스로 그걸 유명무실하게 만들었지. 실제로 그들은 회사가 시키는 대로 주주회 같은 곳에 들어가 자사주를 사들이고 집을 살 때에는 한껏 가치가 오른 주식을 팔아서 종잣돈으로 삼을 수 있었어. 버블 세대에게 단카이 세대란 한마디로 말하자면 적 같은 존재야. 자네들이 버블 세대를 꺼리는 것처럼 우리들은 단카이 세대가 답답해서 참을 수 없어. 하지만 단카이 세대 회사원이 다 신용할 수 없는 존재냐 하면 그렇지는 않아. 거꾸로 취직빙하기에 회사에 들어온 이들이 모두 우수하지는 않은 것처럼 말이지. 결국 세대론 같은 건 근거가 없는 거야. 윗사람이 나쁜 거라고 화를 낸다 해도 자기만 비참해질 뿐이지."
"부장님은 조직이라든가 회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는 줄곧 싸워왔네."

(...)

"그렇다면 자네가 싸우게."
한자와의 말에 모리야마는 번쩍 고개를 들었다. 
"무슨 말씀이신가요?"
"한탄하는 건 쉬워."
한자와는 말했다. "세상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거나 욕을 한다ㅡ그런 건 누구나 할 수 있어. 자네는 모를지도 모르지만 세상에는 언제나 불만만 말하는 인간들이 많지. 하지만 과연 그런 행동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예를 들어 자네들이 시달리기만 한 세대라면 어떻게 해야 이런 세대가 두 번 다시 나오지 않을까, 그 답을 찾아야만 하지 않을까."
한자와는 계속 말했다. 
"앞으로 10년만 지나면 자네들은 사회의 중추가 돼. 그때 세상이 왜 이렇게 돌아가는가에 대해 의문을 품어온 자네들이야말로 할 수 있는 개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네. 그때야말로 자네들 로스트제너레이션 세대가 사회나 조직에 자네들의 진정한 존재를 인정받을 때라고 봐. 우리 버블 세대는 기존의 시스템에 편승하는 형태로 사회에 나왔지. 경기가 좋았기도 해서 세상에 대한 의문이나 불신감 같은 건 전혀 없었어. 즉 윗세대가 만들어놓은 시스템에 아무런 저항도 느끼지 못하고 고분고분하게 따라갔을 뿐이야. 하지만 그건 잘못된 일이었어. 그리고 잘못되었다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서 궁지에 몰리고 말았어."

_이케이도 준, <로스트제너레이션의 역습>에서

* 줄곧 싸워온 한자와 나오키였기에 설득력이 있는 부분. 한자와 나오키도 꼰대가 되었구낭, 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앞서 싸워온 사람과 앞으로 싸울 사람이 같이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같이하느냐는 자기가 선 자리에 따라 많이 달라지겠지만. 

에구... 그리고 이미 '잃어버린 세대(로스트제너레이션)' 관련 이야기도 거의 과거의 이야기가 되고 말았구나 싶은 감회도 든다. 이게 벌써 2013년도 이야기이고 취직빙하기는커녕 사람 없어서 난리라는 뉴스는 굳이 관심을 갖지 않아도 종종 들려오니까. 어쨌거나... 이 책 이후의 시리즈인 <은빛 날개의 이카루스> 이후 권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