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은 '근대사회의 자기의식에 관한 한 표현'입니다. 근대사회의 특징은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자기의식을 갖는 사회'입니다. 나는 무엇인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이것이 올바른 인식인지는 모르겠지만 근대사회란 이러한 자기의식을 갖는 사회입니다.
이 자기의식의 한 표현이 넓게 보자면 사회과학, 그 가운데서도 사회학이란 학문입니다. 그러므로 사회학은 자기의식을 갖는 사회에서만 생겨납니다. 그 이전의 사회에는ㅡ사회학적인 것과 연관지을 수 있는 사고의 패턴이 있기는 하지만ㅡ사회학이 없습니다.
(...)
모든 학문에는 역사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대체로 처음에는 XX사를 공부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사회학의 역사는 다른 학문의 역사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사회학이 오늘날의 시선으로 보아 사회학다운 사회학이 된 시기는 19세기입니다. '근대'란 애매한 말입니다만 어쨌든 근대사회가 어느 정도 성숙하지 않으면, 즉 산업혁명과 프랑스혁명을 거쳐 요즘과 상당히 비슷한 사회가 되지 않으면 사회학이 출현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회학 자신이 사회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즉,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것이 사회학이라면 사회학 그 자체도 사회학의 대상이 됩니다. 따라서 사회학의 역사는 그 자체가 하나의 사회학이 됩니다.
예를 들어 생물학의 역사를 썼다고 해봅시다. 지적으로는 충분히 흥미롭겠지만 생물학의 역사를 아는 것과 생물학 자체는 별개입니다. 혹은 더 사회학에 가까운 학문으로서 예를 들어 경제학의 역사를 썼다면 경제학의 역사 자체는 경제학이 아닙니다. 그러나 사회학의 역사는 그 자체가 사회학이 됩니다. 여기에 사회학이라는 학문의 특징이 존재합니다.
_오사와 마사치, <사회학사>에서
* 어떤 책이든 입문서를 읽을 때는 커다란 기대감을 갖는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처음 시작할 때의 기대감이란 정말 기분좋은 것이다. 입문자들을 위한, 그런 커다란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입문서는 내게 영원한 화두이다.
서문만 읽어보고도 곧바로 그 기대감이 박살나는(또는 박살을 내는) 경우도 있지만 이 책은 그 반대로 기대감이 점점 커질 것 같다. 근대사회란 자기의식을 갖는 사회, 라는 정의도 상당히 산뜻하고(사실은 산뜻함 뒤에 엄청난 복잡함과 무거움이 숨어 있겠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현재의 '사회'에 가까워지지 않으면 사회학이 탄생하지 않는다는 것, 사회학의 역사는 그 자체가 하나의 사회학이 된다는 말도 매력적이다. 알고 있는 건 별로 없으나 왠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된달까. 오사와 마사치는 예전에 문장이 상당히 난해했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이 책은 입문서에다 교양서에 가까운 만큼 나 같은 사람을 위해 떠먹여주려고 많이 노력한 듯하다.
학생 시절에 '근대'니 '자기의식'이니 하는 말의 무거움에 그토록 짓눌리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배움에는 때가 없다고 하나 수많은 좋은 입문서들이 쏟아져나오는 걸 보고 있자면 고민의 깊이도 앎도 정말 얄팍하기 그지없으면서도 생각만 복잡하게 만들어 끌어안고 있던 나날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이제는 읽을 수 있는 것들을 많이 읽자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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